[경기핫타임뉴스=김삼영 기자] “앞부분을 직접 한번 쳐보세요. 진동이 느껴지시나요? 직접 손에 끼우고 샌드백을 쳐보세요. 팔을 통해 타격감이 전달되는 걸 느끼실 겁니다” 자신이 특허 개발한 글러브를 설명하는 이준범 관장 얼굴에 아이와 같은 ‘신남’이 묻어져 있다.
거대 시장이 된 스포츠계, 세계적 스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스포츠선수들, 그들이 전 세계라는 무대 안에서 펼치는 플레이는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다. 축구와 야구, 쇼트트랙, 피겨, 양궁 등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할 때 그 종목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종목이 된다. 이는 선수 개인이나 국가적 명성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스포츠도 ‘세계를 향한 도전!’을 목표로 할 때가 있었다. 특히, 어렵고 가난했던 ‘7080’시절, 국민에게 그 현실을 이겨 낼 수 있다는 희망을 피부로 안겨준 종목이 바로 복싱이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1977년 파나마에서 울려 퍼진 홍수한 선수의 이 한마디는 당시 안방에서 TV를 보던 수많은 이들에 가슴을 울렸다.
‘복싱다이어트’ 2024년 현재 복싱은 바쁜 현대인들의 건강을 지키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복싱과 관련된 체육관 대부분은 엘리트 선수 육성보다는 헬스나 다른 건강 운동이 주이고 복싱을 서브 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많다. 1세대 복싱인들은 이러한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수원 관내 복싱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도전하고 있는 체육관이 있다. 1998년 ‘전국 중·고 복싱선수권대회’ 우승, ‘전국연맹회장배 복싱대회’ 우승 및 최우수선수상 수상, ‘전국체고 대항전 학생선수권’ 우승, 수원시청 소속 선수, 아테네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선발 등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이준범 관장이 있는 울트라복싱체육관이다.
현재는 대한복싱협회 중앙 심판으로, 복싱지도사로 인생 2막을 사는 이준범 관장 역시 선수 출신답게 화려했던 대한민국 복싱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기자에게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타 인기 스포츠처럼 클럽화가 될 수 있도록, 경기도와 유관기관 그리고 지자체별 지원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간절한지를 느낄 수 있다.
◆ 복싱에 부활! 복싱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에 있다
이 관장은 “지금에 와서 복싱이란 스포츠가 어떠한 의미로 부활하느냐가 중요하다. 진정한 의미의 복싱 부활은 결국 복싱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운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큰 틀에서의 제도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 하소연이 아닌 먼저 복싱인들 스스로가 스포츠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관장의 울트라복싱체육관 소속 선수들은 남다르다. 매회 화성시장배 복싱대회에서 여러 선수가 다수의 금메달을 목에 걸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으며, 최근 2024년 전국연맹회장배 복싱대회에서 이 관장의 제자인 권혁 선수(동수원중)가 마치 스승을 오마주한 것처럼 20여 년을 넘어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놀라운 것은 이 선수들이 복싱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며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취미를 위한 운동으로 울트라복싱체육관을 찾은 게 계기가 되어 대회에 참가한 것인데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선수들을 이기고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이 관장의 선배 복싱선수이자 현 수원특례시 복싱협회 이준화 부회장 역시 “꿈에서도 마주하기 싫은 지옥훈련과 제일 힘들었던 체중감량, 엘리트 선수로서의 고된 과정을 겪어도 전국대회 우승은 소원한 것인데 이런 결과는 지도력이 뛰어나다 할 수밖에 없다”고 이 관장을 추켜세우는데 한쪽 팔을 거든다.
그러나 이 관장은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아이들이 복싱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짧은 말로 대신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도 취미로 시작한 복싱에서 현 수원특례시 복싱협회 감독인 김기택 스승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저에게 공을 던져보라 시키셨다. 오른팔로 던졌는데 보시더니 왼팔로 던져 보라 하시기에 왼팔로 다시 던졌다. 그때 ‘이놈 싸우소포네’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왼손잡이인 걸 그때 알았다. 나를 알고 모르고 훈련에 임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그때를 시작으로 복싱이 즐거워졌다. 기량이 늘고 자신감이 커졌다. 어느새 저는 유망한 선수가 되어 있었다”
이어 이 관장은 “복싱을 체계적으로 배우지도 않은 중학생 아이(권혁 선수)가 체육관을 찾아 자기의 꿈이 복싱 국가대표라고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어주는 게 즐겁다. 혁이도 저도 즐거우니 즐거운 성적을 거둔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알면 운동의 효율은 극대화
이 관장은 “자신의 몸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언급한다. 모든 운동에 있어 몸의 밸런스가 완벽할 때 최고의 기량이 나올 수 있기에 타격 종목인 복싱에서 팔을 뻗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지도가 결국 신체적 특성을 알려주고 그에 맞는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다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관장은 엘리트 선수던, 생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던 그들의 움직임을 똑같이 살핀다. 자신의 체육관을 찾는 사람들이 운동으로 효과를 보기 위함이라는 것은 다 같은 목표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년간 운동하지 않고 있는 기자에게도 샌드백을 쳐보라고 글러브를 끼워줘 세 번이나 팔을 뻗었지만 결국 조언은 듣지 못했다.
이 관장은 자신이 특허 개발한 복싱글러브를 꺼내 보인다. 옆에서 아무리 지도를 잘한다 해도 본인이 직접 느끼는 것이 더 빨리 깨달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고안한 진동형 글러브다. 실제로 글러브 앞면을 맨손으로 쳐보면 그 진동이 느껴진다. 특허서 내용을 보면 ‘무게 막대 및 진동판을 내장시킴으로써 권투 연습 중에 글러브에 무게 조절 및 진동 조절을 통한 근육 강화, 미세 근육운동을 위한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반복된 타격감으로 자신의 기량을 올릴 수 있는 자세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훈련에서 가끔 오버페이스로 가는 때도 있다. 이때 몸에 무리가 오게 되는데 이를 방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선수에겐 선수 기간을 연장하는 것과 일반인들은 운동 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이 관장의 개발 이유이다.
◆ 복싱은 안전한 최고의 운동이다.
이 관장은 “복싱은 안전하고 건강한 운동이다. 타격 운동이라는 것 때문에 신체적 부상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은 안전 장비들이 뛰어나고 오히려 일부 구기종목보다도 부상의 위험성이 적다. 또한 풋워크 등이 동반된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와 신체 밸런스에 최적인 운동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끝으로 “복싱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주먹으로 얼굴을 치는 운동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체육관에 발을 들이는 게 쉽지 않다는 분들이 계신다. 복싱은 상대방과 대전해야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그 어떤 운동보다 자신을 들여다보기가 쉬워 생활에서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데도 유용하다. 많은 분이 저와 함께 아니, 복싱이라는 스포츠 안에서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며 복싱 전도사로서의 소신을 다시 한번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