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핫타임뉴스=김삼영 기자] “수원역 성매매업소 현장에 저희 추진단이 들어올 때 어마어마한 반발에 부딪쳤다. 업주들이 시 행정부서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강제 폐쇄시키려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이다. 그러나 현재 지속적인 소통과 설득으로 소방도로 개설 정비구역 내 성매매업소 전체 24개 필지, 지장물 14개동에 대한 전체보상협상을 완료하고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제는 저희 추진단이 이지역의 상징성이 됐다고 자부한다” 최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패쇄 소식과 관련 핵심역할에 중심에선 수원시 가로정비추진단에 전언이다.
지난달 31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업주•종사자들이 지난 행보와는 달리 기자회견을 통해 “시간적 여유를 주면 연말정도에 자진폐쇄 하겠다”는 이례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최근 고등•매산동 주민들 중심으로 ‘안심거리조성 주민협의체’가 구성되고 경찰이 성착취 관련 압수수색을 펼침과 동시에 수원서부경찰서가 이 지역(팔달구 매산로 1가 총 2만5천364㎡)을 여성 대상 성범죄 예방을 위한‘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분석된다.
◆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정비사업 진행
1960년 초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파주와 평택시내 조성된 성매매집결지와 더불어 경기도 3대 집장촌으로 꼽히며 과거 원정 성매매가 이뤄질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며 폐쇄에 대한 목소리가 불거졌었지만 타 지역 성매매집결지와 마찬가지로 운영은 지속되어졌고 최근 까지도 50여 업소 점주와 200여명의 종사자가 남아 불법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시가 수원역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정비사업에 시작을 알린 것은 지난 2014년이다. 그동안 여성단체나 시민단체, 성매매피해상담소 같은 민간단체들의 성매매 저지 활동이 주를 이뤘지만 관이 나서 적극적인 정비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하철 1호선과 분당선, KTX가 운행되는 경기남부 교통의 요충지로 수원에 관문이기도 하지만 역사 주변 롯데몰 및 AK플라자, 노보델 등 관광객은 물론 많은 인파가 몰리는 중심상권 주변에 자리 잡고 있어 정비에 대한 당위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2016년 말 수원시와 수원서부경찰서, 수원소방서, 수원교육지원청, 성매매피해상담소등 민•관 단체로 구성된 ‘성매매방지 실무협의체’가 발족 되며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돌입하기에 이르렀지만 해당 지역 성매매업주들과 전국단위 집장촌 운영자 모임(한터연합)에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지역특성상 개발제한에 묶여 정비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토지주들의 입장을 해소시킬 방안이 없어 번번이 벽에 부딪치며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정비사업은 수원시 민선6기 공약사항이 될 만큼 난제로 자리 잡게 된다.
◆ 수원역 가로정비 추진단 발족
‘수원역 성매매업소 집결지 정비사업’이 실패로 끝날 것 이라는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2019년 초 수원시에는 특별한 부서가 창설된다. 성매매집결지 토지주와 업주, 종사자등 이해당사자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성매매집결지 내 도로개설을 통해 골목길 화재 등 재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원역 가로정비 추진단(이하 추진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추진단은 설치 목적이 있는 만큼 성매매 집결지 한 가운데 자리 잡았으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시청 관할부서이기도 했지만 화재사고 우려 등의 이유로 소방도로 확장(매산로1가 114-12~ 112, 약163m)이라는 사업을 계획 추진함에 있어 예정구간 내 불법운영중인 성매매업소의 일부 철거가 예측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의 계획대로 소방도로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40여 개 업소에 대한 철거가 진행되어야 했다.
시작부터 이해관계에 부딪치며 추진단의 활동에서 큰 결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창설 2년이 채 안된 지난해 11월 소방도로개설 구간내 토지 24필지 및 지장물 14개동에 대한 보상협의를 100% 완료하며 현재 사업 구간내 성매매업소 19곳 폐쇄 등 지난 60여 년 동안 거센 반발로 철옹성과도 같던 집결지에 대한 상호 합의점을 도출해 냈다. 지난 2월 석면해체 공사착공과 3월 지장물 철거 공사가 착공됐으며 현재 철거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 강압은 강압을 만들고 폭력은 폭력을 만든다
이와 관련 유은철 가로정비사업팀장은 “보상협의에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당연히 보상이 따르는 토지와는 달리 미허가 지장물, 불법영업에 있어 영업보상과 권리금 등 건물주들을 설득할 만한 근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방편을 만들어 제안하게 됐고 다행히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 토지주와 건물주, 영업주들 간의 상호관계를 현미경식 보상을 통해 풀어줌으로 인해 받아들이기 시작해고 큰 분쟁 없이 이주를 완료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1단계 소방도로 확충에 이어 2단계 추가 도로 확충으로 구역내 완벽한 소방도로 완성을 계획 중이다. 2단계 사업을 위해 추가 매입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잔여지 매입은 법적 의무대상은 아니지만 저희는 정비사업을 위해 이를 수용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아픈 역사도 역사다. 도시계획도로 반대편 정화정책에 거점공간을 조성해 문화예술 및 여성인권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라며 추진계획을 전했다.
유 팀장은 끝으로 “강압은 강압을 만들고 폭력은 폭력을 만든다. 수원시가 ‘도시환경 정비사업’에서 ‘도시계획 시설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며 그 안에서 사업취지에 대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고 그것이 더해져 자발적인 업종변환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수원역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사업
수원시는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정비사업과 관련 ‘수원역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을 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와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보호 및 탈 성매매, 자립•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수원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와 시행규칙에 의거 만들어졌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내 탈 성매매자를 대상으로 생계비 월 100만원 이내 (최대 12개월), 동반자녀(만18세미만)1명당 월 10만원 지원(최대 12개월)과 주거 지원비 800만원 이내 (1명 기준, 1회 지원) 월세(최대 12개월), 이사비용(1회 지원)을 지원하고 직업훈련비 360만원 이내 (최대 12개월), 학원비, 수강료 등을 지원한다.
또한 오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 현장상담소를 운영 ▲긴급구조, 현장방문상담, 실태조사 등을 통해 인권유린 상황에 조기 개입 ▲성매매 방지 홍보 활동으로 탈 성매매 결정 독려 및 지원 ▲성매매 피해자 의료•법률문제 지원 및 관련기관 연계 ▲탈 성매매 여성 자활역량 강화 ▲전업준비를 위한 훈련, 공동작업장 등 일자리 제공 ▲외부자원 활용 연계망 구축 등에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1년 2월말 기준 야간 아웃리치 16회 126건, 현장상담 46명 707건에 활동실적을 거뒀다.
◆ 민•관 협력으로 일궈낸 또 하나의 역점사업 사례로...
수원시가 ‘도시계획 시설 사업’과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사업’ 이 두 사업에 공통점은 인본(人夲)에 중심을 두고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인도하여 변화를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방향의 정책이지만 결실을 맺기 까지 시간을 정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지지부진 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따른 가운데 사업을 진행한 기간은 이제 막 2년 여 가 지나가고 있다.
이번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영업주와 종사자들의 자발적 폐쇄 언급 결정은 경찰의 확고한 수사와 여성안심구역 지정이 큰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누구도 두드려보지 못한 곳에 뛰어들어 강압이 아닌 도로정비라는 사업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며 한발 앞서 불법성매매 업소들에 폐업을 이끌어낸 수원시의 정책이 단초와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둘 수 있다.
60여 년간 성행했던 불법성매매업소 정비사업의 성공은 1905년 보통기차역으로 시작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광역철도사업을 통해 KTX•GTX•수인부당선•국철 1호선 등 수도권과 전국에 도시를 잇는 경기남부권 최대 거점 역으로 급부상될 수원역의 새로운 변화에 청신호임과 동시에 수원시의 많은 민•관 협력으로 일궈낸 또 하나의 역점사업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