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핫타임뉴스=김삼영 기자] 대한민국 초고령화사회는 곧 우리가 직면할 현실이다. 그에 따른 디지털 돌봄의 필요성은 이미 넘치도록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돌봄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일 준비도, 또한 의지도 아직은 미비한 상황이다. 수혜자인 노인 세대와 제공자인 정부 또는 지자체가 내놓은 정책 사이에서 아직 현실적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건강을 보관하고 저축한다’ 이 단순한 정의가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 돌봄의 핵심이다. -가천대학교 김영주 교수-
전 세계적인 초고령사회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UN의 노인 비율에 따른 고령화 정도 분류에 따르면 전체인구에서 노인 비율이 7% 이상 14% 미만이면 ‘고령화사회’이고, 14% 이상 20% 미만이면 ‘고령사회’, 20% 이상 100% 미만이면 ‘초고령사회’이다.
2024년 현재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고령사회’ 단계에 있다. 그리고 약 1년 후인 2025년 초에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05년 35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보다 약 1.5배나 빠른 진행 속도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의 노인 비율의 상승세가 극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가 안아야 할 문제는 많다. 그 중 노인 돌봄의 환경구조 변화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바로 돌봄을 받는 자는 증가하는 반면 제공하는 인력 감소에 따른 노인부양비의 급진적 증가에 따른다. 이에 ‘디지털 돌봄’이라는 새로운 대안책이 나왔지만, 수혜자나 공급자 모두 아직은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가족간· 이웃간의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디지털돌봄이 완성될 수 있다”라는 김영주 가천대 교수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산업디자인 전문가에서 디지털 돌봄 전문가로
“아버님이 부정맥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지셨다. 병원에 종사하던 때라 제가 먼저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저는 그저 바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님이 평소 어떤 병증이 있으셨는지, 어떤 약을 드셨는지, 알레르기는 있는지, 하물며 주민등록번호마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보를 알기 위해 전화를 돌리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아버님은 뇌 질환으로 인한 치매를 앓으셨고, 어머니나 여형제가 감당하기 어려웠기에 제가 4년간을 모시고 살았다. 고비용이 발생하는 요양병원은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업과 간병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장을 갈 때면 전문 보호사가 아니고는 방법이 없다.”
“같이 살지 않아서, 일이 바빠서 놓치고 있던 부모님의 건강과 크고 작은 병증들, 당신 스스로 가 해결 하실 때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던 그 모든 것들이 질환 발생 이후 얼마나 크게 다가서는지 알게 됐다. 이런 자료들을 데이터화함으로서 누구나 위급한 시기에 골든타임을 지켜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돌봄의 기초이자 기반이다”
◆ 아날로그나 디지털을 떠나 돌봄의 효율화가 중요하다.
2023년 우리나라의 예산은 약 630조 원으로 이 중 사회복지 관련 예산은 3분의 1인 약 200조 원이 쓰인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증가세가 매우 급진적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은 오는 2025년쯤 노인 인구가 전체인구에 2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25년이 지난 2050년에 노인 인구는 무려 전체인구의 40%를 차치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노인복지예산의 비중은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세수 확대를 위한 증세로도 이어질 수 있어 부양자 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수순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임여성 1명당 0.77명이라는 역대 최저 출산율로 접어들었다. 말하자면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뜻으로 부담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도 디지털돌봄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으며, 여러 지자체에서 디지털 돌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대상자가 매우 한정적이고, 선택적일 수박에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돌봄을 받는 노인층이 ICT를 기반으로 한 돌봄 체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맹점이다. 더욱이 디지털돌봄에 대해 명확히 구축된 시스템이 없다. 다시 말해 아직 정의를 내릴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돌봄을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단순히 편리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효율성 극대화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2024년은 반드시 디지털 돌봄의 변곡점이 되는 해이길 바란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초고령사회는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우리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기 때문이다.
◆ ‘건강은행, 건강통장’ 건강정보 데이터는 곧 돌봄 수혜자의 ‘아티팩트’다
우리나라 돌봄의 투입되는 비용 대부분은 인건비에 속한다. 보호사, 치료사, 지원활동사 등 인적 자원에 기댄 특성이 강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돌봄 제공자의 인구수는 급격히 감소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대책 마련은 시급하다. 또다시 강조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돌봄이 그 대안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적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가 아닌 저 인력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디지털돌봄의 핵심 기능은 치료가 아닌 병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관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들의 건강정보 데이터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혈액형, 혈압, 체중, 키 같은 기본적인 신체 사항부터 알레르기, 앓고 있는 병질환, 복용 중인 약, 수술기록 등 건강 이력을 데이터화함으로서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 시 신속한 정보 확인을 통해 골튼타임을 놓치지 않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아티팩트가 될 것이다. 이것이 건강을 보관하고 저축하자는 의미로 제가 생각하는 건강통장, 건강은행의 개념이다.
문제는 이런 데이터를 수혜자인 노인들이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과정이 어렵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결국 돌봄 수혜자인 노인들을 디지털화시키기는 어려우므로 돌봄 제공자 중심으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특히, 이 부분에 정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 가족과 이웃간의 커뮤니티 형성이 대한민국형 디지털돌봄의 완성
건강정보 데이터화의 실효성을 연구할 목적으로 약 200여 명의 독거노인 대상 소규모 실증사업을 진행해봤다. 노인가정에 처방전 봉투를 제공하고 대상자는 병원을 다녀올 때마다 받은 처방전을 그 봉투 안에 보관만 하면 되는 단순한 방식이다.
이 실증사업의 주요 메뉴얼은 대상자가 위급 상황 시 먼저 119에 전화하고, 출동한 응급요원에게 모아둔 처방전 봉투를 제공함으로써 신속한 처치를 선행되게 하고 이후라도 떨어져 사는 보호자에게 연락한다는 것이다. 결과는 대상자 자녀들이 해당 지자체에 우리 부모님을 이렇게 케어해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등 아주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정보의 디지털화는 현재 개인정보 취급에 따른 법적인 문제와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미약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고충도 뒤따른다. 그렇기에 가족이 있는 노인가구는 가족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은 이웃이나 지자체가 또 다른 가족으로서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형 디지털 돌봄의 완성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